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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답답할 정도로 눈치 없는 여자들이 있다. 일일이 말 해줘야 남자가 원하는걸 알아채는 여자들이다.

보통 3, 4년 동안 연애를 해왔으면 눈빛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법한데 눈치 없는 여인들은 결혼 10년 차가 되어도 남편의 몸짓과 손짓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조상들은 이런 상황을 빗대어 여우같은 아내는 데리고 살아도 곰 같은 아내와는 못산다는 명언을 남기셨다. 여우같이 자기 잇속만 차리는 여자도 남자의 마음을 휘어잡고 놀아준다면 곰같이 둔한 여자보다 백배 낫다는 얘기다.

 

눈치 없는 여자들은 과거에도 많았다. 손자병법을 집필한 유명한 전략가 손무는 우리에게 '손자'로 더 유명하다. 손무는 원래 제나라 사람이었다. 요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은 각국을 순방하며 자신의 끼를 선보인다. 그 당시 나라의 부국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병법과 전략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던 손무는 이웃나라에서 모시고 싶어 안달이 난 위인 중 하나였다.

 

한 번은 제나라의 이웃인 오나라의 왕이 손무를 직접 초대해서 그의 군대 지휘법을 두눈으로 직접 보여 달라 요청 했다. 손무는 기꺼이 자신의 지휘법을 보여주겠노라 허락했고 신이 난 왕은 자신의 궁녀 180여명을 불러 손무의 지휘를 받는 군사가 되어라 명령했다. 그리고 그 중 왕이 특별히 아끼고 사랑했던 궁녀 2명을 골라내 대장을 시켜 주었다. 그 여인 2명은 오래전부터 왕의 귀여움을 받던 애첩들로 오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오나라의 왕은 손무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애첩들을 선보이며 병력 이상으로 귀중한 것이 바로 이 여인들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여인들은 왕의 사랑을 독차지 할 만큼 아름답긴 했지만 남의 눈치는 전혀 볼 줄 모르는 뻔뻔한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왕과 함께하는 모든 일이 장난 같았고 제나라의 유명한 병법 전략가도 그들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손무는 180명의 궁녀들을 2소대로 나누고 두 명의 아름다운 대장을 앞장세워 창을 들게 했다. 하지만 손무의 말을 들을 여인들이 아니었고 그가 명령하는 반대로 움직이며 서로 깔깔대며 웃기에 바빴다. 그런 여인들을 보고 뒤에 있던 나머지 178명의 궁녀들도 함께 웃으며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왕이 직접 나서서 장난을 멈추고 진중하게 임하라 명령했다면 상황이 그 정도로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왕은 즐거워하는 궁녀들과 함께 웃으며 꼭두각시가 된 세기의 전략가를 비웃었고 손무는 궁녀들 속에서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차례 명령을 하고 지시를 해도 웃기만 할 뿐 그의 말을 따르는 궁녀가 없었다.

 

손무는 결국 결단을 내린다. 아무리 궁녀들로 이뤄진 병사들이라지만 그에게 병사는 남녀 불문하고 전쟁에 나가 싸워야 하는 전사들이었다. 그는 명령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부하들이 따르지 않는 것은 지위자들의 책임이다. 불호령 하고 지휘자 둘을 끌어내 처형시키라 명령한다. 희희낙락 웃고 있던 두 명의 대장은 졸지에 처형 선고를 받은 죄인이 되고 만 것이다. 왕이 손무에게 한 번 봐주라고 부탁했지만 전쟁의 책임자는 손무 자신이었고, 병사를 죽이고 살리는 일 역시 그의 권한이었다. 결국 오나라의 왕은 자신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애첩 둘이 처형당하는 걸 두 손 놓고 봐야만 했다. 모든 일이 장난 같았던 궁녀들은 눈치 없이 장난치던 왕의 애첩이 처형당하는걸 보고서야 정신 차리고 손무의 지시에 따랐다고 한다.

 

눈치가 필요한건 비단 여자들에게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각종 상황에 맞춰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맞추어 가느냐가 바로 눈치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어떤 장소에 가도 쉽게 어울릴 수 있다 남녀사이에도 이 눈치가 적절히 사용된다면 좀 더 풍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만약 눈치에 자신이 없다면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서로 물어 보는 것이 정답이다.

눈치 없는 여자는 죽어서 정신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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