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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is Pleasure

이외수 - 벽오금학도

Wizdomholic 2009. 8. 22. 02:26
벽오 금학도 - 10점
이외수 지음/해냄


 벌써 빌려놓은지 1주일이 다 되어가는 벽오금학도를 방금 다 읽었습니다. 은백이와 고산묵월은 선계에서 그들의 원하는 바를 다 이루었을까요, 노파는 그토록 기다렸던 사랑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요.

 이외수님의 책을 접한건 처음이었습니다. 뭐 괴물, 칼, 하악하악 등등 베스트 셀러가 된 책들이 많다는 걸 알지만, 워낙 책을 끝까지 잡고 있는 끈기가 부족하다 보니 28년 세월에 이제사 접하게 되네요. 부끄럽기가 한량없습니다.


이외수님께서 '이놈~' 하시는 것 같네요 ㅎㅎ 마치 고산묵월처럼요
 

잭 이외로우


  벽오금학도에서 제가 느꼈던 건, 벽오금학도에서 나타난 중요 인물들이 이외수님의 모습과 상당부분 겹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백발동안의 강은백은, 비록 나이는 지긋하시지만 아직도 소년같은 웃음을 지니고 계신 이외수님, 그리고 고산묵월은 먹으로써 도를 깨우치려고 하는 인물입니다. 이외수님도 작가 초기 시절에 도를 깨우치기 위한 기행으로 '기인'으로 까지 불리웠던 사실이 있구요, 그리고 고산묵월과 강은백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 즉 손기자 역시, 이외수님의 학원강사 시절(이외수님은 이걸 외도라고 부르셨던 기억이 ㅋㅋ)을 생각나게 하는 잡지사 기자로써 문학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 또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그리고 백발, 외소한 체구. 신기하게도 이 작품에는 키 큰 사람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드는 이유는 뭘까요 ㅎ
 이외수님 홈페이지에 가보니,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셨는데, 벽오금학도에서 손기자가 하는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셨더라구요, 본인이 본인 작품을 가지고 인용을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한가요? ㅎㅎ
  
그는 소설가를 농사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혼의 낱말들로 원고지라는 이름의 전답에다 깨우침의 씨를 뿌리는 농사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로는 거름 대신 살과 뼈를 고랑마다 깎아 넣고 때로는 농약 대신 피와 눈물을 씨앗마다 적셔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는 이외수님을 좋아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외수님을 좋아하죠, 또 존경하고, 그의 작품에 그의 언행에 열광하기도 하구요. 근데 왜 그럴까요? 이외수님은 다들 아시겠지만, 외양이 멋지신 분은 아닙니다. 내면이 멋지신 분이죠. 내면이 멋지다는 말은, 생각이 깊다, 글을 잘 쓴다, 말을 잘 한다, 뭐 여러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제가 이외수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이외수님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신념이 있으시고, 또 그 신념을 긴 세월 인내하면서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깊고, 글을 잘쓰고, 말을 잘 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천재성을 보인다 하더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신념을 지키고 살아온 사람보다 더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겁니다. 전 그렇게 믿고 있고요. 결국, 이 벽오금학도를 통해 이외수님께서 말하고 싶으셨던 것은 그것이 아닐까요.

  기자들이 뭐 외안과 뇌안으로 읽기보다는 영안과 심안으로 읽어야 한다고 써놨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은 잘 읽혀야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품과 그 작자의 인생이 씨줄과 낱줄로 엮어질 때(기자들이 리뷰 기사에 이렇게 써놨더라구요 ㅎ) 그 작품이 비로소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 있어서는 이외수님이 굉장히 멋지신 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구요.




이명박 대통령의 글을 손수 교정해주시기도 하셨죠.


강은백과 고산묵월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되서 보이시지 않나요?


저도 늙어서 언제나 유쾌하고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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